“나 잠이 안 와.” 단 둘뿐인 방은 조용하고 고요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부모님과 이렇게 오래 떨어져있던 밤들을 손가락으로 꼽아보면 이만큼 긴 적이 있을까 싶었다. 어둠이 차분히 내려앉은 방 안에서 숨만 색색 내쉬던 민기의 말에 2층 침대도 삐걱거리는 소리를 뱉어냈다. “잠이 안 와?”“응.”“내일도 연습실 가야하잖아. 자야지.”“근데 잠이 안 와.”...
카페에 마주앉은 최민기와 김종현의 분위기는 아주 볼만했다. 둘 다 연애사업으로 볼일이 있어 나온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 할 만큼. 민기는 뭐 씹은 표정으로 냅킨을 뜯고 있었고 종현은 막 주문을 마친 참이었다. 손에 들고 있는 진동벨을 흘긋 쳐다본 최민기가 입을 먼저 열었다. 아쉬운 사람이 먼저 얘기해야지. 손에 쥔 음료를 한 모금 들이킨 후 물었다....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뭘?”“인생 대충 살다가 그 꼴 날 줄 알았다고.”인생을 대충 사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다고 도를 넘지는 않았는데. 나는 턱을 괴고 카페에 앉아 동호의 일침을 들으며 뺨을 긁었다. 누구보다 인생을 대충 살고 있는 대충 강동호 선생에게 이런 소리를 듣다니 수치군. 목에 걸린 사원증을 손가락에 걸어 빙글빙글 돌리던 나는 고개를 들었...
10.종현이는 얼굴이 폈네.아하하, 감사합니다.예의상으로 오가는 대화를 엿듣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김종현은 조금 달라졌다. 달라졌다기보다,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 늘었다고 설명하면 얼추 맞을 것이다. 우리는 꽤 어린 나이에 데뷔했고, 그래서 서툴렀다. 사회생활을 일찍 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한없이 좁은 세계였다. 일반적이지 않은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은 ...
신이 물었다. 단 한 가지를 택할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하겠느냐?인간은 대답했다. 그를 살려주세요.Save us종현은 눈을 떴다. 전쟁의 포화 아래 남은 것은 보잘 것 없었다. 수없이 죽어나간 사람들의 시체, 그리고 피, 살육-. 죽어도 상관이 없는 목숨이 제법 질겼다. 더 이상 묻을 정신도 체력도 없어, 전우를 불에 던져 넣으면서도 종현은 살아남았다. 살고...
*BGM PLAY! 최민기에게는 습관이 하나 있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은 일단 손으로 써본다는 것이 그 철칙이었다. 물론 이 빌어먹을 습관은 시험기간에 굉장한 악조건으로 작용했다. 난 씨발, 교수님이 하는 말을 한 개도 이해할 수가 없어. 결국 연습장을 펼쳐놓고 마구잡이로 강의 내용을 적어내려 간 뒤에야 무언가를 정리할 수 있는 그의 공부방법은 여러모...
*BGM 플레이를 부탁드립니다 :) 다들 그렇지 않아?문득 민기가 던진 물음에 아론은 고개를 들었다. 뭐가 그렇지 않아? 앞선 말을 전혀 듣지 못한 아론의 눈이 왕방울만해졌다. 작은 얼굴에 눈만 댕그랗게 둥둥 떠다니는 것이 묘하게 비현실적이라 동호는 잠시 그를 대놓고 구경했다. 저 형은 눈에 먼지도 많이 낄 거야. 아이봉같은 거 하면 시꺼먼 물 나오는 거 ...
*포스타입이 BGM 플레이어를 막는 바람에... 직접 Play를 눌러주세요 :) “엉? 엉, 종현아. 나 금방 들어왔지! 니가 데려다줘서. 에이, 나 들어가는 거 보고 갔잖아.” 밤 12시의 소음은 그 누구에게도 결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그 시간에 딱히 잠을 자지는 않지만, 조용한 고요함을 사랑하는 방년 23세의 황민현은 매너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듯한...
“그래도 좋아 보인다.” “응?” “좋아 보인다고. 얼굴이.” 밥을 먹다 고개를 들었다. 앞에 앉은 아론은 사람 좋게 웃고 있었다. 좋아 보이나. 사실 많이 들은 말이기는 했다. 연애라는 건 이상한 감정의 교류다. 서로 주고받는, 물리적 형태 하나 없는 무언가가 사람을 바꾼다. 그렇게 변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 자부했는데. 그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너 좋아...
"> “민기야, 말을 해야 알지.” 종현은 입꼬리를 애써 끌어올렸다. 테이블 위에 자리한 민기의 차가운 손을 힘주어 붙잡았음에도 민기는 묵묵부답이었다. 누구와 있었느냐는, 목적이 분명한 질문에도 그는 답이 없었다. 왜일까. 종현은 뻑뻑한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며칠 전 본 그 사람이 누구야. 이게 그렇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일까. 혹 제 말을 못 알아...
"> “이거 좋아해?” “그냥, 있으니까 먹는거지.” 학교 앞은 다 거기서 거기잖아! 웃는 종현의 얼굴에 민기는 작게 투덜거렸다. 거기서 거기긴 무슨, 니가 못 찾는거다.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사실 음식이 맛 없더래도 민기는 별 상관이 없었다. 지금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는데, 맛 따위. 최민기는 그냥 지금 좀 죽고 싶었다....
"> BGM :: 스웨덴세탁소 - 꽃 7. 누구나 꿈을 꾼다. 꿈은 여러 가지 모양이지만, 쨌든 모두에게는 꿈이 있다. 가지각색의 꿈들은 여러 가지 모양을 하고 있고, 나 역시도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내 꿈 중 하나는 아마 남들도 가지고 있는 것들과 비슷하리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아주 달콤하고 포슬포슬한 질감의 분홍빛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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